□ 꿈과 희망을 찍어내는 'DREAM FACTORY'

알레시(ALESSI)사는 192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40분정도 걸리는 오메그나(OMEGNA)라는 곳에서 조바니 알레시(G.ALESSI)가 설립한 회사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조바니의 아들인 카를로 알레시(C.ALESSI)가 회사를 맡으면서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 제품들을 만들었다. 그는 알레시사의 명품 가운데 하나인 포탄의 곡선을 살린 'BOMBE 커피 포트', '티포트 세트'를 디자인하면서 이탈리아에서 명성을 쌓아갔다.

알레시의 디자인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알레시는 디자이너들에게 알레시사를 위한 디자인을 요구하는게 아니라, 그 디자이너들의 철학을 알레시라는 커다란 그릇에 담기 때문이다.

□ 알레시사에는 디자이너가 없다.

디자인 회사에 디자이너가 없다는 사실이 선뜻 믿기진 않지만 사실이다. 유일한 디자인 관련 부서로 알레시 리서치 센터인 'CENTRO STUDIO ALESSI'가 있다. 이 부서는 세계 각지의 젊고 도전적인 디자이너들이 응모한 2만 장도 넘는 응모작들을 검토하며, 세계 유명 대학과 단체에서 알레시 워크숍을 진행한다. 그렇지만 알레시의 모든 제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본적인 기능을 바탕으로 제품에 인간의 꿈과 희망을 담았다.

현 알레시의 사장, 카를로의 아들인 알베르토 사장은 알레시를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라고 부르길 좋아하는데, 이러한 알레시사의 기본 철학이 제품마다 돋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꿈을 만드는 공장', 이 한마디에 알레시 디자인 제품의 철학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모여드는 이유.

알레시는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인 제품 제조업체들처럼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개인의 지적 재산권 보장에 대해 확실한 계약을 한다. 그 뒤 제품을 출시하면 제품이 알레시 카탈로그에서 없어질 때까지, 그 제품이 팔리는 마지막까지 매출액을 계산해서 총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비용으로 지급한다. 또하나 중요한 사실은 소재 선택의 탁월함이다. 아무리 디자이너가 훌륭한 스케치를 하더라도 그 제품을 스테인레스로 만들지, 플라스틱으로 만들지는 제품생산을 담당할 전문가들과의 진지하고 신중한 토론을 거친다. 수많은 샘플들을 제작해 고치고 또 고쳐가면서 완제품을 개발한다. 알레시는 유명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제품이라 해도 스케치부터 완제품 제작까지 2년에서 3년을 소요한다. 곧 올해 알레시 카탈로그에서 볼 수 있는 2001년 신제품들은 3년 전부터 개발한 제품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알레시가 선택한 소재나 칼라 등이 1,2년이 지난 뒤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 모두 알레시의 탁월한 디자인 감각과 소비자 욕구에 대한 분석, 그리고 알레시만의 새로운 소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가 빚어낸 결과이다.

□ 보기좋고, 쓰기 편한 디자인 명품들

알레시 제품들은 크게 패밀리별로 분류한다. 알레시 초기 제품들과 1650~1960년대 제품들이 한 패밀리이며, 그 이후로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별로 패밀리를 구분하는것이 보통이다. '봄베 커피 & 차 세트'는 카를로의 작품으로 전형적인 이탈리아풍의 디자인이다. '와이어 바스켓(THE WIRE CITRUS BASKET)' 시리즈는 알레시의 탁월한 스테인리스 가공 기술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1952년에 만들어진 이 제품들을 자세히 보면 스테인레스로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고 깔끔하게 마감처리를 했는지 놀라게 된다.
'5070 양념통 세트'는 에토르소사스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양념통의 전형적인 모양이 되었다. 알레시의 1970년대 대표적인 제품 가운데 하나이다.
'9090 시리즈'는 리차드 사퍼의 대표작으로 에스프레소 커피 메이커이다. 뉴욕현대미술관은 이를 영구 전시 제품으로 선정했다. 좋은 디자인이란 보기에도 좋고 쓰기에도 편리하다. 9090제품을 사용해 본 사람들은 '에스프레소 커피 메이커도 이렇게 편하게 쓸 수가 있다'며 감탄한다.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대표작인 '안나 시리즈'는 멘디니가 그의 부인을 형상화한 제품이다. 제품 이름도 부인의 예명인 안나(ANNA)에서 따왔다. 안나 시리즈라고 흔히 불리는 이 제품은 와인 오프너가 처음 제작된 이후 와인 벙마개, 샴페인 마개, 통후추갈이, 타이머 등 형재 10가지 정도의 시리즈가 나와 있다. 이중 와인 오프너는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알레시의 인기 상품이다.

미국의 유명 건축가인 마이클 그레이브스가 디자인한 주전자는 보통 'MG 주전자'로 불린다. 1985년 마이클 그레이브스가 알레시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가해 내놓은 제품이다.
유럽 디자이너들의 제품과 달리 미국적인 팝 느낌을 주는 가볍고 경쾌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레몬즙 짜개인 '주시 샐리프(JUICY SALIF)'는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필립 스탁의 작품이다. 알레시에서 필립 스탁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필립 스탁은 그만의 독특한 디자인 철학을 알레시 제품들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준다.
독특한 모양의 이 제품에서도 곡선의 라인을 중시하는 그의 디자인 경향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젊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두명으로 출발한 'KK 시리즈'는 남자 아이 모양을 기본 캐릭터로 디자인한 제품 패밀리이다. 알레시 최초의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KK 시리즈는 알레시 매니아들이 가장 많이 수집하는 제품이기도 하다.